▲김정환 (로고스 논술구술학원)

이제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고1 학생들은 우리나라에 대학이 세 개밖에 없는 줄 안다. 

그러다가 2학년이 되면 꽤 많은 대학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3학년이 되면 우리나라 그토록 많은 대학이 있다는 데에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 많은 대학 중에서 자기는 어디 하나 원서를 제대로 넣기도 힘들다는 걸 깨달으며 더더욱 경악하게 된다.

김연아나 손연재처럼 대단한 특기를 가지지 않은 한, 현행 제도 하에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시 전형이다. 수능성적과 내신으로 학생 간 우열을 견주는 것으로, 일종의 직구승부라 할 수 있다. 주어진 점수로 서열화된 학교 및 학과의 어디쯤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가장 변수가 적은 전형이기도 하다.

만약 변수를 원한다면 수시전형을 노려야 한다. 수시전형은 학생부 전형과 논술 전형으로 대별된다. 학생부 전형은 자신이 그 대학이 원하는 매우 성실하고 창의적인 인재임을, 학생부와 각종 서류, 면접 등을 통해 증명하고 어필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강점을 잘 버무려 대학측을 설득한다면 정시 전형상의 서열을 어느정도 뛰어넘어 보다 좀더 상위 대학으로의 진학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일찌감치 학생부 전형을 생각하지 않은 한, 대부분은 이렇다 할 경력관리를 하지 않은 채 수험생활을 맞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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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수시의 또 다른 전형인 논술 전형으로 몰려든다. 논술 전형은 말 그대로 논술로 승부를 본다. 대학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수능 최저조건을 맞추고 어지간한 내신성적이라면 당락은 논술로 결판이 난다. 정시 전형으로는 수도권 대학에 만족해야 할 학생이, 논술로 연고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와 주제를 잘 파악하여 적당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정시 전형이 적당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 법,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이름 있는 대학에 가고싶어 하고, 그러나 경력관리를 해 놓은 것은 없고, 그러다보니 뒤늦게 논술 전형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논술 전형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라면 논술 전형의 정식 명칭이 무엇인지를 우선 똑똑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식 명칭은 논술 ‘우수자 전형’, 혹은 논술 ‘특기자 전형’이다. 

즉 수능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내신성적이 그저 그렇다 해도 논술 하나를 특출나게 잘 한다면 대학에서 충분히 수학(受學)할 만 하다고 믿기 때문에 대학에 논술 전형이 있는 것이다. 만약 물구나무서기나 크게 웃기가 대학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물구나무 전형이나 크게 웃기 전형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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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논술 전형으로 몰려드는 학생들 중에 논술전형을 논술 ‘특기자 전형’으로 이해하고 알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역사시험이라면 공부하고 외우지 않으면 볼 수 없지만 논술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나도 적당히 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논술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특기자’가 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많은 수의 학생들은 논술을 준비하는 꽤 오랜 기간동안, 안일하고 적당하게 논술수업을 듣다가 결국 정시로 제 위치를 찾아간다. 그동안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부모님의 금전적 지원을 생각하면 참으로 김새는 일이다. 

앞으로 연재하게 될 논술칼럼은 자신이 논술 ‘특기자’가 되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학생, 혹은 그러한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님들을 위해 쓰는 글이다. 논술 전형을 생각한다면, 우선 자신이 정말 논술 ‘특기자’에 적합한 인재인지,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다면 일단 자질은 있는 셈이다. 만약 결심을 내리지 못하겠다면 아예 다른 전형을 권한다. 그런 학생은 논술 전형에 맞지 않는다. 논술은 끊임없는 자신의 판단,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당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